참기름 제조 과정에서 벤조피렌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벤조피렌은 국제암연구소에서 지목하는 대표적인 발암물질이다. 이는 300~600도의 고열처리 과정에서 유기물질이 불완전 연소 돼 생성되는 것으로 참기름을 비롯한 식품의 조리 및 가공시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등이 분해되며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제는 걱정을 덜어도 될 듯, 식약처가 벤조피렌 저감화에 두 팔을 걷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1일, 식약처는 참기름 제조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벤조피렌을 최대 50%까지 낮출 수 있는 장치 개발에 성공, 경기도에 위치한 한 방앗간에서 시연회를 가졌다. 시연회는 참기름 제조과정 중 의도적으로 벤조피렌 함량을 높이고 해당 저감화 장치를 설치해 제조된 참기름의 벤조피렌 검출량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측정 결과는 놀라웠다. 장치를 설치한 뒤 벤조피렌 검출량이 3.2ppb에서 1.6ppb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저비용에 효과도 만점

식약처에서 개발한 벤조피렌 저감화 장치는 기존 시설에 추가 설치할 수 있게 개발되어 제조업체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전통시장 내 방앗간 등에서도 부담 없이 구매·설치가 가능하다.

장비는 세척·탈수기, 볶음솥 배기장치, 이물 제거장치, 여과장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업체의 여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설치 가능하며, 가격은 기존 설비에 추가해 부착할 경우 장치의 종류에 따라 최저 40만원이서 최대 250만원이 소요된다.

식약처의 식품 유해물질 저감화 노력은 비단 참기름에 그치지 않는다. 식약처는 오는 2018년까지 감자칩을 비롯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즐겨 먹는 식품을 대상으로 제조·조리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유해물질 23종에 대한 저감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우선검토대상이 바로 벤조피렌인 것이다. 식약처는 이번 참기름 생산 장치 개발을 시작으로 2016년 가쓰오부시 생산 장치, 2017년 숯불구이 조리장치, 2018년 생약 생산 장치 등 식품·의약품 제조과정에서 생성되는 벤조피렌 저감화를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다.

또한 아크릴아마이드 등 22종의 유해물질에 대해서는 국민의 농·축·수산물과 해당 가공품의 총식이조사를 통한 실태조사, 위해평가 등을 통해 저감화 기반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식약처 저감화 기반연구 대상 유해물질 22종
벤젠, 아크릴아마이드, 에틸카바메이트, 바이오제닉아민류, 퓨란, 헤테로사이클릭아민, 다환방향족탄화수소, 2-아미노-3, 8-디메칠이미다 조(4,5-f)퀴녹살린, 2-아미노-3-메틸이미다조(4,5-f)퀴놀린, 3-메틸클로란스렌, 니트로소디메틸아민, 니트로소디에틸아민, 니트로소피롤리딘, 니트로소피페리딘, 아세트알데히드, 에틸렌옥사이드, 트리할로메탄, 포름알데히드, 3-MCPD, 히스타민, 트랜스지방, 1,3-디클로르프로파놀(DCP)

한편 식약처는 현재 가격차를 노리고 시중에 가짜 참기름이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참기름 진위판별법의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참기름 진위판별법은 지방산 분석법 등이 있다. 그러나 가짜 참기름을 만드는 방법이 나날이 교묘해짐에 따라 새로운 참기름 진위판별법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식약처는 이번에 개발된 저감화 장치를 비롯해 개발 중인 참기름진위판별법 등이 보급되면 제조업체의 식품 안전 책임감 제고와 산업경쟁력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벤조피렌이란?
벤조피렌(Benzo[a]pyrene, C20H12)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그룹에 속하는 유해화학물질로서 300~600 ℃ 사이 고온에서 유기물의 불완전연소로 생성된다. 내분비계 장애물질이면서 발암가능물질로 잔류기간이 길고 독성도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벤조피렌 저감화 설비장치>